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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알뜰 생활팁

자취방에서 키운 채소로 요리한 일주일 기록

자취방에서 키운 채소로 요리한 일주일 기록

자취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식비와 식단입니다.

외식은 편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집에서 요리를 하자니 시간과 재료 준비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날부터 자취방 창가에 작은 채소 화분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잘 자라기나 할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제 식탁 위엔 직접 키운 채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매끼가 훨씬 알차고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자취방에서 키운 채소로 꾸려본 저의 ‘일주일 식사 기록’입니다.

손바닥만 한 공간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어떻게 식생활을 풍요롭게 바꿔주었는지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자취방에서 키운 채소로 요리한 일주일 기록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첫 수확의 기쁨과 단순한 채소 요리들

 

창문 옆 햇살 좋은 자리에 둔 작은 스티로폼 상자에는 상추, 치커리, 쑥갓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수경재배로 키운 쪽파와 적채 새싹도 곁에 자리 잡고 있었죠. 월요일 아침, 처음으로 상추 몇 장을 땄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니, 마트에서 산 것과는 달리 살아 있는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이 상추를 활용해 간단한 ‘달걀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삶은 달걀을 반으로 썰고, 직접 기른 상추 위에 얹은 뒤 발사믹 드레싱을 뿌려 한 그릇 뚝딱.

싱싱한 채소 덕분인지 별다른 양념 없이도 식감이 살아 있었고, 아침부터 기분 좋은 포만감이 찾아왔습니다.

화요일 저녁엔 ‘채소비빔국수’를 만들었습니다. 쪽파와 적채 새싹을 위에 얹고, 고추장 양념장에 삶은 국수를 비볐습니다.

보기엔 소박했지만, 씹을수록 쪽파의 알싸한 맛과 새싹의 신선한 향이 느껴져 입맛을 살려줬습니다.

수요일에는 ‘두부채소덮밥’을 만들었는데, 직접 기른 쑥갓을 올려 마무리하니 향긋함이 확 살아났습니다.

흔한 두부덮밥이었지만 마지막 한 입까지 싱그러움이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매끼가 특별할 필요는 없지만, 채소 하나만 달라져도 음식의 깊이가 확 달라진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바쁜 날 속에서도 ‘한 줌 채소’의 위로

목요일은 하루 종일 외부 일정이 있었고, 집에 돌아와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냉동실에 있던 만두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고,

그 옆에 키운 치커리 잎을 몇 장 따서 즉석 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치커리만 담았을 뿐인데, 노릇노릇 구운 만두와 어우러지니 입안 가득 균형이 느껴졌습니다.

치커리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기름진 만두의 느끼함을 잡아줬고,

조미료나 양념 없이도 완성도 있는 한 끼가 되었습니다.

금요일 아침엔 계란 프라이와 밥, 그리고 직접 키운 쪽파를 넣은 국을 끓였습니다.

쪽파는 자취방 채소 중 가장 빠르게 자라주는 친구라 늘 든든합니다.

달걀국에 다진 쪽파를 넣고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렸더니,

향이 확 살아나면서 국물 맛이 깔끔해졌습니다.

여기에 반찬은 김 한 장, 그리고 간장 한 숟가락이면 끝.

자취생에게 이보다 더 간편하면서 따뜻한 한 끼는 없을 겁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누군가 정성껏 만든 음식 대신 내가 직접 길러낸 채소를 넣은 국으로 속을 데우는 일.

그 소박함이 꽤 깊은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토요일: 채소와 함께한 ‘한 그릇 요리의 즐거움’

토요일은 시간이 넉넉해 평소보다 신경 써서 요리를 했습니다.

점심에는 ‘버섯쌈밥’을 만들었고, 저녁에는 ‘김치수제비’를 끓였습니다.

버섯쌈밥은 상추와 쑥갓을 듬뿍 넣어 만든 메뉴로,

버섯을 간장 양념에 볶아 따뜻한 밥과 함께 쌈을 싸 먹는 식이었습니다.

자취방 채소들이 이때 가장 빛을 발했습니다.

하루하루 자란 잎사귀가 그날그날 식탁 위에 올라오는 기쁨은 키워보지 않으면 모르는 즐거움입니다.

저녁엔 시원한 국물이 당겨서 김치수제비를 끓였습니다.

밀가루 반죽은 미리 아침에 만들어 냉장 보관해두었고, 수제비를 넣은 국물에 다시 쪽파를 아낌없이 넣었습니다.

국물이 끓을수록 쪽파의 향이 우러나고, 김치의 시원한 맛과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직접 키운 채소를 ‘아낌없이 넣을 수 있다’는 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마트에서 산 쪽파는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에 조금씩만 넣게 되지만, 직접 키운 채소는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마음껏 넣고, 듬뿍 써도 다시 자라나는 생명력 덕분에 더 넉넉한 마음으로 요리할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 냉장고 정리 겸 ‘채소 반찬’ 만들기

일요일은 한 주를 마무리하며 냉장고를 정리하고, 남은 채소들로 반찬을 만들어보는 날이 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치커리와 상추는 더 자라기 전에 일부를 수확해 나물 무침을 했습니다.

데치지 않고 생으로 조물조물 무쳐내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무침의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들어 밥 반찬으로 제격이었습니다.

또, 자투리 채소들을 다져서 ‘채소부침개’를 부쳤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애호박, 양파, 그리고 적채 새싹을 섞어 약불에 노릇하게 부쳤더니, 색감도 맛도 풍성했습니다.

따로 반찬을 만들지 않아도 이 채소부침개 하나면 한 끼 식사로 손색없었습니다.

이렇게 남은 채소를 아낌없이 사용해 정리해두면, 다음 주부터는 또 새로운 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반복은 점점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자취방의 작은 창가도 나만의 텃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직접 키운 채소는 단순히 ‘식비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생활의 리듬을 만들고, 하루하루를 정돈하는 작은 의식이자 나만의 위안이었습니다.

자취방 한켠에서 시작된 이 작은 변화가, 여러분의 식탁에도 따뜻한 영감을 주길 바랍니다.

초보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고, 생각보다 훨씬 큰 만족을 안겨주는 ‘자취 채소 생활’.

오늘, 창가에 화분 하나 놓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