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재고제로 도전기: 월 30만 원 챌린지

‘먹고 남기고 버리기’의 악순환을 끊다

장 볼 때마다 한가득 채우는 식재료, 유통기한이 지나 곰팡이 핀 채로 버리는 반찬들.
이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냉장고는 항상 꽉 차 있는데, 막상 먹을 게 없어 배달앱을 켜게 되는 상황.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저는 ‘냉장고 재고제로 챌린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한 달 식비를 30만 원으로 제한하고, 냉장고 속 재료를 다 쓰는 것이었습니다.

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건, 어느 날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였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건, 깊숙이 처박혀 있던 시든 채소, 유통기한이 지난 요거트, 딱딱하게 굳은 치즈.
“내가 이걸 왜 샀더라?”라는 자책과 함께, 식비를 쓰고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느껴졌죠.

그래서 저는 1) 한 달 예산 설정, 2) 주간 식단표 작성, 3) 장보기 최소화, 4) 냉장고 재고부터 사용하는 순서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갑이 아닌 냉장고 속을 먼저 들여다보는 삶.그렇게 냉장고 재고제로 챌린지가 시작되었습니다.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바뀐 건 '사고 싶은 걸 사는 습관'이었습니다.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반드시 냉장고 문을 열어, 이미 있는 재료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죠.
어떤 날은 잊고 있던 반 쪽 남은 단호박이, 또 어떤 날은 냉동실 구석의 생강 한 조각이 요리의 주인공이 되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대한 창의력도 자랐고, 무심코 지나쳤던 재료 하나하나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식재료를 바라보는 시선도, 일상의 리듬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장보기는 ‘보충’이 아니라 ‘최소한의 채움’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바꾼 습관은 바로 장보기 방식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마트에 들러, 필요 이상으로 장을 봤습니다.
할인 행사나 대용량 포장이 오히려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졌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철저히 냉장고 속 재고부터 체크합니다.
남아 있는 감자 3알, 양파 2개, 달걀 4개, 묵은 김치 반쪽.
그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먼저 구상한 후,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료만 메모해 장을 봅니다.

예를 들어, 김치볶음밥을 하기 위해 남은 김치를 다 쓰기로 했다면, 부족한 건 단 한 가지, 대파뿐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장보기도 짧아지고, 충동구매도 줄어듭니다.
한 주에 쓰는 장보기 비용도 2~3만 원 내외로 충분해졌습니다.

중요한 건 ‘사놓고 쓰기’가 아니라 ‘쓸 걸 사고 쓰기’.
이 작은 차이가 식비 절약과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또한, 장을 볼 때에는 꼭 필요한 양만 구매하려 노력했습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두면 금세 상하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비용과 낭비가 커지더군요.
그래서 식재료는 신선도를 우선시해 소량씩 구입하고, 자주 체크하면서 사용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이나 동네 슈퍼를 활용해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이 훨씬 효율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식재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냉장고 정리도 주기적으로 하면서, 재고 파악과 신속한 소비가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필요한 만큼 사고, 바로 쓰는’ 방식은 식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를 크게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체감했습니다.

냉장고 속 재료가 식단의 중심이 되다

식단을 짤 때도 예전에는 “뭐 먹고 싶지?”를 먼저 고민했지만, 이젠 “냉장고에 뭐 있지?”로 바뀌었습니다.
남은 재료를 기준으로 식단을 짜는 게 핵심이죠.

월요일엔 냉동실에 남은 떡국떡을 활용해 떡국을 끓였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유정란 두 알을 풀어 올리고, 김가루만 뿌려도 한 끼 완성입니다.
화요일엔 상한 줄 알았던 애호박을 살펴보니 멀쩡해서, 달걀 하나와 함께 호박전을 부쳤습니다.
수요일엔 시든 양배추를 썰어 양배추볶음밥, 목요일은 냉동실에 쌓인 만두로 만둣국.
금요일엔 김치 찌개로 남은 국물을 활용해 김치 수제비.

주말엔 주로 냉동실 털이 시간이었습니다.
냉동 브로콜리, 냉동 오징어, 작년 김장김치 한 조각…
전기밥솥에 쌀, 김치, 브로콜리, 오징어를 함께 넣고 김치 해물밥을 만들었는데, 의외로 가족 반응이 좋아 놀랐습니다.

이렇게 ‘냉장고 털이 식단’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창의적인 요리를 유도하고, 버리는 재료 없이 소비하게 해줍니다.
식단은 유연하게, 소비는 단단하게. 이 균형이 챌린지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식재료 하나하나가 가진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버려질 뻔한 재료들이 맛있는 한 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경제적 부담도 줄었고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한 매일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에 변화를 주면 전혀 다른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이런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음식 낭비를 줄이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냉장고 재고제로 챌린지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삶의 태도와 식생활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소비를 줄였더니, 삶이 가벼워졌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경제적인 절약보다 심리적인 해방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냉장고에 뭘 채워야 하지?”라는 강박이 있었다면,
이젠 “이 안에 있는 걸 잘 쓰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그만큼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한 달 식비를 30만 원으로 제한하자, 주간 예산은 약 7만 원.
그중에서 장보기에는 2~3만 원, 외식은 한두 번 이내로 줄였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렇게 살아도 충분히 맛있게 잘 먹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냉장고를 ‘보관 장소’가 아닌 ‘요리의 출발점’으로 바라보자, 불필요한 소비도 줄고,
매일의 식사가 단조롭지 않고, 다양해졌습니다.
이 경험은 단순히 식비 절약의 문제가 아니라, 물건과 관계 맺는 방식의 전환이었습니다.

이제는 마트에서 뭘 살지보다,
“지금 집에 있는 걸 어떻게 잘 쓸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냉장고 재고제로 챌린지는 그렇게, 남기는 삶에서 쓰는 삶으로 나를 변화시켰습니다.

당신도 오늘 냉장고 문을 열어보세요.
그 안에 버려진 음식이 아니라, 가능성과 절약, 창의력의 재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