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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알뜰 생활팁

월 30만 원으로 살아보기: 실제 4주 식비 기록 공개

식비를 통제한다는 것은 소비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다

자취를 하거나 혼자 생활하는 1인 가구에게 ‘식비’는 매달 반복되는 고정 지출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특히 2025년 현재, 외식과 배달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식비가 50~60만 원을 넘어가는 사례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지출이 반복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필자는 실제로 2025년 6월 한 달 동안 ‘식비를 30만 원 이하로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4주간의 자급식단 실험에 돌입했다.

월 30만 원으로 살아보기

이 실험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자발적인 식생활 루틴을 만들기 위한 생활 실험이었다.

이 글은 단순한 조언이나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비 절감 팁이 아니라, 실제 장보기 영수증, 식단표, 조리법, 저장 방식까지 경험 기반으로 정리한 결과물이다.

자취 생활을 하면서 매달 반복되는 식비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다면, 필자가 공유하는 이 실험 내용이 실질적인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냉장고 파악부터 시작된 장보기 전략

1주차에는 식비를 통제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부터 시작했다.

바로 냉장고 재고 정리였다. 필자는 식비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중복 구매’와 ‘보관 중 재료 손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쌀,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계란 등 이미 갖고 있던 식재료를 목록화했고, 이번 달 동안 사용 가능한 기본 양념은 따로 정리해두었다.

이후 장보기는 동네 재래시장 중심으로 진행했다.

첫 주에는 무, 양파, 감자, 콩나물, 두부, 달걀, 깻잎, 애호박 등 신선 채소를 위주로 구매했고, 총 지출은 14,800원에 그쳤다.

외식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모든 식사는 직접 조리해 해결했다.

식단은 아침은 간단히 달걀후라이와 밥, 점심과 저녁은 감자조림, 두부부침, 콩나물국, 애호박볶음 등으로 구성했다.

이 주의 핵심은 한 번 조리하면 2~3끼로 나눠먹는 밀프렙 방식을 통해 조리 시간을 줄이고, 냉장보관을 통해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식비를 줄이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체감한 첫 주였다.

특히 첫 주에는 식재료의 보관 방식과 소비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쉽게 상하는 콩나물과 애호박은 초기에 우선 소비했고, 비교적 보관이 용이한 감자나 양파는 후반부 식단에 활용되도록 계획했다.

이렇게 재료별 보관 기한을 고려한 소비 루틴을 정립하니, 불필요한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었다.

또, 매 끼니를 새로 요리하는 대신 기존 반찬을 변형하거나 조합해 다른 요리로 응용하는 방식도 큰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어 콩나물국을 끓인 후 남은 재료로는 콩나물무침을 만들었고, 남은 두부는 부침에서 찌개로 활용해 식사의 다양성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식사를 꾸리는 과정은 단순한 절약이 아닌 창의적 소비와 효율성의 문제라는 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밀프렙으로 시간과 돈을 함께 절약하다

2주차부터는 본격적인 밀프렙(식단 사전 조리) 전략을 도입했다.

일요일 오후, 주간 식단을 대략적으로 구상한 뒤 대형마트 대신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장을 봤다.

이곳은 일반 마트에 비해 채소나 단백질류의 가격이 10~20% 저렴했고, 신선도 또한 뛰어났다.

주요 식재료로는 닭가슴살, 오이, 당근, 대파, 마늘, 양배추, 멸치, 어묵 등을 구입했으며, 총 지출은 21,300원이었다. 닭가슴살은 간장소스에 조려 도시락 반찬으로 만들었고, 양배추는 데쳐서 나물 무침으로 활용했다.

식사는 하루에 세 끼 모두 새로 준비하지 않고, 한 번에 3~5가지 반찬을 조리해 2~3일간 돌려먹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3주차에는 앞서 구입한 재료들이 일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추가 지출은 9,600원으로 최소화했다. 이때는 계란, 두부, 마늘쫑, 김치를 중심으로 보충 구매를 했다.

두 주 동안 외식은 단 한 차례뿐이었고, 그것도 친구의 초대로 인한 식사였다.

식비 외에는 추가 지출이 없었으며, 이 기간 동안 몸무게는 1.4kg 줄었고 소화도 눈에 띄게 편안해졌다.

경제적 이득과 건강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시기였다.

 

장보지 않고 냉장고 털기 실험으로 마무리

마지막 4주차에는 ‘장보지 않고 버티기’를 목표로 했다.

앞선 3주 동안 쌓인 재료들이 냉장고에 남아 있었고, 이를 활용해 냉장고 재고 소진 주간을 구성했다.

냉동실에는 볶음밥, 냉동 닭가슴살, 김치, 조림류 등이 남아 있었고, 냉장실에는 두부, 깻잎, 양파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추가로 구매한 것은 달걀과 콩나물뿐이며, 지출은 7,800원에 불과했다. 주간 식단은 콩나물국, 두부조림, 달걀찜, 깻잎무침 등이었고, 볶음밥은 야채를 섞어 아침용으로 활용했다.

이 주에는 음식을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남은 식재료를 전부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4주간 전체 식비는 총 14,800 + 21,300 + 9,600 + 7,800 = 53,500원이었다.

실험 초기 목표였던 ‘30만 원 안에 식비 관리’는 물론이고, 20%도 안 되는 비용으로 한 달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었던 셈이다.

식비를 줄이면서도 영양, 다양성, 맛 모두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한 달이었다.

 

식비 절감은 절약이 아니라 자기관리다

많은 이들이 식비 절감을 단순히 ‘궁핍하게 사는 절약’으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삶의 구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고도화된 자기관리의 한 형태다.

이번 한 달간의 실험을 통해 확인한 핵심은, 식비를 줄인다는 것이 단지 소비를 줄이는 행위가 아니라 무엇을 구매하고 어떻게 조리·보관하며 식습관을 관리할지를 스스로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는 자발적인 루틴 형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소비와 건강한 식생활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이다.

특히 1인 가구는 외식·배달에 의존할수록 지출이 불어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자신만의 식단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 글이 식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자취 초보자와 사회초년생에게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길 바란다.